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바 있는 네덜란드의 마이크 반 디엠 감독이 연출한 '킬 미 달링'(원제: 'The Surpise)이 1월 개봉 된다.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의 야콥(예론 반 코닝스부르헤)은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수십명의 하인을 둔 대저택에 살고 소위 '슈퍼카'를 여러 대 보유한 갑부의 아들이다. 외모도 준수하다.
그런 그에게 없는 것이 딱 하나. 바로 감정이다. 그 자신의 말처럼 야콥과 세계 사이에는 유리로 된 벽이 있어 그는 세계를 볼 수 있지만 세계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흥분도, 긴장도, 기쁨도, 분노도, 슬픔도 못 느낀다.
야콥이 평범하지 못한 성격을 갖게 된 이유는 영화 중반에 밝혀진다. 그가 네 살 때 바다를 좋아했던 부친이 그와 함께 여행할 목적으로 만든 요트를 시범 운행하다가 실종됐다. 그 후 야콥은 감정적으로 무미건조한 인물이 됐다.
모친마저 죽자 야곱은 재산을 기부하고 죽기로 결심한다. 그의 대저택에서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한다.
우연한 기회로 야콥은 '엘리시움'이란 회사를 알게 된다. 그곳은 인생의 딱 한 번뿐인 '마지막으로 가는 특별한 여행'을 보내주는 곳이다. 자연사나 사고사로 자연스럽게 위장해 스스로 죽고 싶어하는 사람의 소망을 들어주는 회사라는 의미다.
야콥은 여러 죽는 방법 중 '서프라이즈'를 선택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인생을 마감하는 방식이다. 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하다.
죽기로 마음먹은 날 하필이면 운명의 여인 안나(조지나 벨바안)를 만나게 된다.
안나는 죽는 것은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안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죽기로 결심했다.
안나를 만나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야콥은 '서프라이즈' 계획을 미뤄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한다.
하지만 '엘리시움' 측은 자기네의 일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비밀유지가 최선이고 한번 체결된 계약을 미루거나 파기할 수 없다며 그의 요청을 거절한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게 된 셈이다. 죽을 결심을 다시 물릴 수 없게 된 야콥은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영화는 중반 이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보여주며 의외의 결말로 향해간다. 반전의 내용은 이 영화의 포스터에 암시돼 있다.
물질적으로 부유하지만 감정적으로 메마른 인물이란 설정은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자살대행회사라는 독특한 소재로 죽음과 사랑이 삶에서 차지하는 무게를 유머러스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다.
엘리시움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이상향으로, 축복받은 이들이 죽은 후 사는 낙원을 의미한다.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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