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아버지의 초상', '파리의 한국남자' 포스터
[사진]영화 '아버지의 초상', '파리의 한국남자' 포스터

가정과 사랑을 위해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두 편이 동시에 개봉한다.

'아버지의 초상'은 2년 동안 직장을 찾아 헤매다 대형마트 보안요원으로 취직한 가장이 겪는 현실 속 도덕적 딜레마를 그린 프랑스 영화다.

한국영화 '파리의 한국남자'는 실종된 아내를 2년 동안 찾아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 '아버지의 초상' = 회사의 부당한 구조조정으로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티에리(뱅상 랭동)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지켜야 하는 집안의 가장이다.

2년간의 구직활동 끝에 티에리는 대형마트의 보안요원으로 취직한다. 매장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통해 물건을 훔치는 손님이나 직원의 비리를 잡아내는 것이 그의 임무.

일자리를 얻은 기쁨도 잠시, 티에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 속 도덕적 딜레마와 마주한다.

'아버지의 초상'(원제 La Loi du marche)은 소중한 가정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한 가장의 일상을 조명하며 냉혹한 현실과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치열한 삶의 단면을 거울처럼 비추는 영화다.

사회에서 궁지로 내몰리는 티에리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롱 테이크(long take·장면이 편집 없이 길게 진행되는 것)와 핸드헬드(handheld·카메라를 손으로 드는 것) 촬영 방식이 동원됐다.

부당 해고를 당하고 굴욕적인 구직 면접을 보는 장면 등 매 순간 인내심을 시험당하는 티에리의 모습은 긴 호흡으로 잔인하리만큼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티에리의 눈빛은 분노와 처연함을 번갈아 보여주며 그의 위태로운 단면을 부각시킨다. 다만, 그것은 절망에 절대 굴복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집념을 불사르는 눈빛이다.

또 이 영화는 주인공을 맡은 뱅상 랭동 외에 모든 배역에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해 현실감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비전문 배우들은 실제 자신의 직업과 같은 배역을 맡아 극의 몰입을 높였다.

담담하고 사실적인 연출은 현실 속 아버지들의 삶과 겹쳐 숙연하게 다가온다.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를 선보인 프랑스의 국민 배우 뱅상 랭동은 이 영화로 지난 제6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출연료를 제작비에 투자하는 열정을 보였다.

'아버지의 초상'은 지난해 브뤼셀 유럽영화제 관객상, 칸 영화제 애큐메니컬 특별언급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영화를 연출한 스테판 브리제 감독은 '아버지의 초상'의 여성판인 '여자의 일생'을 준비하고 있다.

1월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92분.

▲ '파리의 한국남자' = 아내가 사라졌다. 신혼여행지인 파리에서. 남편은 아내를 찾아 파리의 뒷골목의 헤맨다.

인간의 삶과 갈등에 대해 깊이 있게 해석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전수일 감독의 신작 '파리의 한국남자'의 주요 내용이다.

상호(조재현)는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나이 어린 아내 연화(팽지인)와 프랑스 파리에서 신혼의 달콤함을 즐긴다.

어느 오후 한 카페에서 상호가 담배를 사러 간 사이 연화는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다. 의심스러운 한 차량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뒤였다.

누군가에 의해 납치됐다고 생각한 상호는 파리의 홍등가를 뒤진다. 혹시나 아내가 매춘부로 팔려갔는지 싶어서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상호는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매춘부 창(미콴락)을 만나 오랜만에 흉금을 털어놓는다. 창은 다섯 살 때 프랑스로 입양 온 한국인이었다.

창은 상호에게 묻는다. 아내가 왜 사라졌다고 생각하느냐고. 아내를 다시 찾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이는 이 영화의 화두이기도 하다.

노트르담 다리 밑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2년간 아내를 찾아 헤맨 상호는 아내와 닮은 여자가 마르세유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가 있다는 곳에 가게 된 상호는 과연 아내와 재회할 수 있을까.

영화는 전수일 감독이 유학 당시 지인에게서 들은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파리로 신혼여행을 온 부부가 있었는데 옷 가게에 들어간 아내가 갑자기 실종됐다고 한다. 남편은 1년 만에 아내를 찾았지만, 아내의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영화는 낭만의 도시가 아닌 다리 밑, 국제창녀거리, 차이나타운, 블로뉴 숲 도로변 사창가, 노숙자 쉼터 등 파리의 이면을 떠도는 상호의 방황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논리적 완결성이나 사건의 개연을 애써 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많다.

전수일 감독은 "영화는 상상하게 하고 의문을 갖게 하는 작업이 아닌가. 답을 써놓고 반전을 넣어 의문을 해결하는 관습적인 영화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획대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연한 사건에 의해 운명이 바뀌게 되고, 주인공이 그 운명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의 과정을 따라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1월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8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