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세기의 대결' 스틸컷
[사진]영화 '세기의 대결' 스틸컷

미국의 위대한 체스 선수 바비 피셔(1943∼2008)의 삶과 체스 챔피언 도전기를 다룬 영화 '세기의 대결'(원제: pawn sacrifice)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사적 배경이다.

바비 피셔는 6세에 체스를 두기 시작해 13세에 미국 체스계를 제패하고 15세에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한 체스계 신동이었다.

그는 1962년 소련 선수들이 일부러 져 자국 선수들에게 점수 몰아주기를 한다고 주장하며 돌연 국제무대에서 은퇴한다.

1970년 복귀한 바비 피셔는 각국의 체스 고수들을 물리치고 1972년 세계 챔피언 보리스 스파스키와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스파스키는 1969년부터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던 소련의 '체스 황제'였다.

둘의 대결도 대결이지만 이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바비 피셔는 중계방송 카메라의 잡음과 관객의 재치기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며 경기장을 탁구대가 놓인 창고로 옮겨 달라고 요구한다. 스파스키 역시 자기가 앉은 의자에 진동이 느껴진다며 엑스레이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체스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말을 두는 것이지만 이 두 사람의 뒤편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간 자존심 대결이 자리 잡았다.

영화는 바비 피셔 대 보리스 스파스키라는 두 체스 천재간 대결을 미·소 냉전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 놓는다.

우선 영화는 바비 피셔의 망상적 편집증을 그가 체스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헤아리다가 점차 광기에 빠진 것으로 그린다.

하지만 또한 영화는 바비 피셔가 헨리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고 스파스키와 그의 코치가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언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바비 피셔의 편집증을 개인적인 광기로 한정해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이 둘의 대결은 '체스판 위의 3차 대전'이었던 셈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폰의 희생(pawn sacrifice)이다. 폰은 장기로 치면 '졸'에 해당한다. 영화 제목에서 '폰'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광기에 빠져든 천재 바비 피셔 역을 토비 맥과이어가 맡았다. 그는 바비 피셔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일대기를 다각도로 분석했을 뿐 아니라 심리학자들과 정신분석가들에게 자문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의 상대역 보리스 스파스키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울버린'의 형인 '빅터'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리브 슈라이버가 연기한다.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