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객 섭은낭'으로 8년 만에 돌아온 대만 거장 감독 허우샤오셴(侯孝賢)은 처음 무협 장르를 연출하면서 '중력의 법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허우 감독은 지난 27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무협영화를 보면 수십미터를 날아가곤 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런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객 섭은낭'은 중국 당(唐)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 자객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리얼리즘을 중시하는 그는 이를 '표현의 자유'와 연관지어 좀 더 진지하게 말했다. 물리적 제한이 없을 때 내용이 과장되기가 쉽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더 없게 된다는 것이다.
허우 감독은 "어떤 제한을 둠으로써 그 안에서 고민하게 되고 더 자유롭게 가장 좋은 것을 만들어내지 않을까"라며 "그 제한 속에서 더 잘하고 싶어 몰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무협이라는 장르에 뛰어든 데에는 영화의 원작이 된 동명 소설의 영향 탓이 컸다.
이 영화는 짧은 전설이나 민담 등을 담아 중국 환상문학의 원류로 꼽히는 당 시대 전기(傳寄) 중 '섭은낭' 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허우 감독은 "대학교 때 이 소설을 읽고서는 그때부터 영화로 찍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작품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 시대를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 의상, 배경, 세트 등을 고증하고 필요한 장소와 배경을 찾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에도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작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 '자객 섭은낭'은 주인공 자객이 여성이고 검술을 가르쳐주는 스승도 여성이다. 주요 갈등의 축 중 하나도 남자 주인공의 본부인과 후처간 갈등이기도 하다.
허우 감독은 "원작이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당나라 시대가 실제로 여성의 지위가 높았던 시기"라며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여성 자객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영화는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벌레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계속해서 들려준다. 이 역시 리얼리즘을 중요하게 여기는 허우 감독의 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당나라 건축물을 스튜디오 안에 짓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야외에 세우는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자연의 소리와 빛을 영화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장 환경의 소리를 영화에 담아내고 자연스러운 빛을 이용함으로써 현장의 리얼리티를 활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허우 감독은 대만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기 어려운 현실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투자자와 이야기하다가 너무 역사적 사건을 위주로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더라"며 "역사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영화에 담아내야 한다는 저의 입장과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그래도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단계이기는 하나 대만의 역사를 담아내는 영화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화의 메시지를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자객 섭은낭은 끝내 자기에게 부여된 암살 임무를 저버린다.
허우 감독은 "무협영화로 분류되지만 이제껏 봤던 무협영화와는 다른 무협 영화"라며 "인물과 이야기 구성에서 저의 전작들과 비슷한 시리즈로 보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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