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저택에 사는 안나(쥘리에트 비노슈)에게 어느 날 아들 주세페의 여자친구인 잔(루 드 라쥬)이 찾아온다.
남자친구인 주세페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잔. 안나는 부활절에 아들이 집으로 오기로 했다며 잔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영제 The Wait)은 남은 자들의 깊은 상실감을 섬세하게 묘사해 관객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소구하는 영화다.
두 여인은 '남은 자'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이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남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저 추측할 뿐이다.
'말하기'(telling)가 아닌 '보여주기'(showing) 이야기 전개 방식이 주를 이루면서 관객들은 추측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긴 여백, 반복적으로 내비치는 여러 암시를 통해 어렴풋하게 사건의 내막과 영화적인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상실과 아픔의 감정, 그리고 기다림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은 이들이 공유하는 상실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묘한 긴장감을 풍기면서도 잔과 안나가 시칠리아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광 아래 고요하게 친밀감을 쌓아가면서 영화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극 중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두 여인이 눈빛으로 서로 감정을 교환하면서 진실이 드러날 뿐이다.
다만, 두 여자의 감정적 공유라는 관람 포인트를 놓친다면 영화는 심히 지루할 수 있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0분.
▲ 드레스메이커 = 1950년대 호주의 작은 마을에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틸리(케이트 윈즐릿)가 나타난다.
25년 전 소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마을에서 쫓겨난 틸리는 탁월한 의상 제작 실력을 갖춘 패션디자이너로 성장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수군거린다. '미친 몰리'로 불리는 틸리의 엄마(주디 데이비스)조차 과거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로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상처만 준다.
틸리는 자신을 경계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화려한 드레스를 선물하며 환심을 얻고, 그간 자신의 엄마를 돌봐준 테디(리암 헴스워스)와 사랑도 시작한다.
유년 시절 살인사건과 관련한 기억을 잃은 틸리는 패럿 경사(휴고 위빙)와 테디의 도움으로 기억의 퍼즐을 맞춰간다.
25년 전 살인사건과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 틸리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과 어머니에게 가한 행태에 분노하며 '우아한 복수'를 실행에 옮긴다.
영화 '드레스메이커'는 과거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내쳐진 소녀가 패션 디자이너가 돼 2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에게 고통을 준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호주의 대표적인 여성작가이자 문학 교수인 로잘리 햄의 첫 번째 소설이자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영화는 부조리한 인간 사회에 복수하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나 의외의 웃음과 반전, 신선한 소재를 버무린 연출로 유쾌함과 신선함을 갖췄다.
황량한 호주의 오지와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는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또 다른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각 캐릭터에 맞는 옷을 맞추려고 총 350벌의 의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케이트 윈즐릿의 건강미 넘치는 매력과 우아하고 당당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타이타닉'(1998), '이터널 선샤인'(2005) 등으로 관객의 신뢰를 받은 윈즐릿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9)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 그해 제66회 골든 글로브에서는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동시에 받았다.
최근 개봉한 '스티브 잡스'에서는 독재자 스타일의 잡스를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조애나 호프만 전 매킨토시 마케팅 이사를 연기해 제73회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드레스메이커'에서 직접 영화 소품을 구하러 다니고 바느질을 배우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케이트 윈즐릿은 이 영화로 제5회 호주영화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윈즐릿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며 "캐릭터가 가진 강인함과 당당함에 반했다"고 밝혔다.
2월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8분.
Copyrights ⓒ KPOPSTARS <저작권자 © Kpopstar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