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만큼 썰렁했던 극장가에 최근 관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검사외전', '쿵푸팬더 3'가 흥행몰이를 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의 성공 뒤에는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4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검사외전'은 개봉일인 이달 3일 하루에만 관객 52만5천752명을 끌어모았다.
최근 추운 날씨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 자체가 주는 추세이고 방학이 끝난 학교가 많고 평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수치다.
지난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암살'(47만7천541명)이나 '베테랑'(41만44천219명)보다 많았다.
개봉일 '대박'은 지난주에 이미 '쿵푸팬더 3'가 보여줬다.
'쿵푸팬더 3'는 개봉일인 지난달 28일에 관객 22만1천549명을 동원했다. 평일임에도 전주 주말 흥행 1위였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토요일(17만여명)과 일요일(15만여명)에 동원했던 관객 수보다 많았다.
두 영화의 관객몰이는 영화 자체의 재미와 팬들의 기대가 작용한 덕분이겠지만 스크린 독과점도 일조했다.
'쿵푸팬더 3'는 개봉일인 지난달 28일 상영 스크린 수가 1천125개였고, 상영횟수는 6천577회에 달했다. 특히 상영횟수는 당일 박스오피스 2∼4위에 오른 영화 3편의 상영횟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검사외전' 개봉후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재연됐다. 개봉일인 3일 상영 스크린 수가 개봉일에 1천266개, 상영횟수가 6천778회였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관객몰이 중인 '쿵푸팬더 3'의 상영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를 더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 두 영화를 보여주는 스크린 수는 2천151개, 상영횟수는 1만1천55회에 달했다.
점유율로 보면 두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이 50.6%, 상영횟수 점유율은 74.2%였다. 사실상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영화는 이 두 영화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영화관의 편성을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4일 현재 강동 지역의 한 멀티플렉스는 상영관 11곳에서 모두 영화 11편을 틀어주고 있다.
언뜻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는 듯 보이지만 상영횟수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검사외전'이 6개 상영관에서 모두 35회, '쿵푸팬더 3'가 5개 상영관에서 18회 편성됐다.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이 유력시되는 '빅쇼트'는 2개관에 2회, 얼마 전까지 흥행을 선도했던 '레버넌트'는 3개관 3회에 불과했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자객 섭은낭'은 1개관 2회였다.
이마저도 오전 9∼10시, 오후 11시 혹은 다음날 새벽 1시로 시간이 잡혀 있어 일반 직장인들은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상황이다.
배우 조재현이 자신이 주연한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 시사회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독립영화가 개봉하게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영화임에도 관객과 만나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상업영화마저 빈부격차가 커졌다"며 "하물며 예전에도 힘들었던 작은 영화는 관객을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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