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민주주의의 우수함을 나타내는 사례로 수정헌법 1조가 주로 언급된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제정한 헌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권리장전 형태로 추가된 것이 수정헌법이다. 그리고 그 1조는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를 담고 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순기능을 할 수 있는지, 미국이 왜 수정헌법 제1조에서 언론의 자유를 규정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2001년 보스턴 글로브의 새로운 편집국장인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은 탐사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에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심층 취재하라고 지시한다.
피해자 단체를 이끄는 인물이 못 미덥고, 현재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해 스포트라이트 팀원들은 처음에 취재를 주저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성추행 피해자들이 어렵게 꺼낸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음을 직감한 스포트라이트 기자들은 전방위적으로 취재 방향을 넓혀나간다.
이 과정에서 성추행 추문에 연루된 성직자의 이름이 감자 넝쿨처럼 줄줄이 나온다.
배런 국장은 교회 측이 '일부 개인의 일탈'로 넘겨버릴 수 있다며 교회가 조직적으로 성추문을 덮어버리는 데 관여한 증거를 찾으라고 충고한다.
결국 스포트라이트팀은 끈질긴 취재 끝에 2002년 1월 첫 보도를 하게 된다.
영화는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가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보도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처음 보도한 이 기사는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다른 언론들의 추후 보도가 이어지면서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이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적어도 16개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에서 성추행 사건 무마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보스턴 대교구의 버나드 로 추기경은 결국 2002년 말 사임했다. 또 취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성추행 사건의 주범 존 지오건 신부는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 불행히도 다른 재소자에게 죽임을 당했다.
영화는 가톨릭 교회라는 지역사회 거대 권력의 유·무형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 언론의 정도를 지켰는지를 사실감 있게 그린다.
단, 우리나라 언론 현실과 비교해 '극적'이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권력의 비리를 취재하는 데 겪는 '고난'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의미다.
예컨대 편집국장이 사장을 만나 이런 취재를 하겠다고 말하자 사장은 '우리 독자의 53%가 가톨릭 신자라는 점이 걸리지만 알겠다'고 대번 승낙한다.
또 스포트라이트팀이 전방위적으로 취재에 들어가는데도 교회 측의 방해공작은 생각보다 거세지가 않다. 우리나라 영화였으면 돈으로 매수하거나('열정같은소리하네') 취재 기자의 목숨을 위협하는('모비딕') 장면이 나왔을 법하다.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은 이번 보도로 2003년에 퓰리처상의 가장 영예로운 상인 공공봉사 부문 상을 받는다.
퓰리처 이사회는 이번 보도를 두고 "사제들의 성추행에 관해 비밀을 꿰뚫는 취재와 용기 있고 포괄적인 보도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켰으며 로마 가톨릭 교회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스포트라이트팀의 팀장 로비 로빈슨(마이클 키튼), 마이크 레벤데즈(마크 러팔로), 사샤 파이퍼(레이첼 맥아담스), 매트 캐럴(브라이언 제임스)의 팀워크와 이들을 연기했던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돋보인다. 올해 미국 배우조합상의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앙상블 캐스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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