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박찬욱이 문화 예술 발전에 공헌하고, 이탈리아와 한국의 문화 교류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이탈리아 피렌체 시가 주는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25일 밤(현지시간) 피렌체 라 콤파냐 극장에서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으로부터 '키아비 델라 치타' 상을 받았다.
'도시로 들어가는 열쇠'라는 뜻을 지닌 이 상은 문화예술 부문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예술가에게 르네상스의 본산 피렌체 시가 주는 상이다. 세계적인 테너 고(故)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쟁쟁한 예술가들이 탄 이 상이 한국인에게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인류 문화예술의 중심 도시에서 주는 상을 받아 기쁘다. 과거부터 피렌체를 수놓은 예술혼 대열에 동참한 느낌"이라며 "한국인들이 이탈리아의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듯 이탈리아인들도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알아가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엔 같은 장소에서 제15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의 일환으로 박 감독의 최신작 '아가씨'가 상영됐다. 이날 상영은 450석 규모의 극장에 보조석까지 놓고도 상당 수 관객이 발길을 돌려 박 감독에 대한 이탈리아 내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박찬욱 감독은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베니스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 젊은 영화학도들이 주는 상인 '젊은 사자상'을 받은 인연 등으로 이탈리아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박 감독은 '아가씨' 상영이 끝난 뒤에는 자정이 넘도록 관객들과 영화에 대한 질의 응답을 진행하며 이탈리아 관객과 소통했다고 피렌체 한국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은 전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엔 라 콤파냐 극장을 꽉 채운 이탈리아 영화팬들을 상대로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자신의 작품과 영화 철학 등에 대해 풀어놓았다.
한편,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해외 영화제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의 초청 회고전을 마련, 오는 31일 폐막일까지 그의 장·단편 15편을 소개한다. 이탈리아에서 박찬욱 감독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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