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칠한 눈, 땋아 내린 수염, 늘 반쯤 취한 듯한 걸음걸이와 말투, 느슨함 속에 배어 나오는 섹시함….
사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해적 캡틴 잭 스패로를 연기하는 조니 뎁의 존재감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
덕분에 이 시리즈는 국내에서만 누적 관객수 1천47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시리즈가 공개될 때마다 나흘 안에 100만명을 돌파하는 초고속 관객몰이로도 유명하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 이번에도 역시 조니 뎁의 매력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그가 연기하는 잭 스패로는 특유의 기지와 재치를 발휘하며 바닷속 위기를 헤쳐나간다.
이번 편은 잭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군함 '사일런트 메리'와 함께 죽은 자들의 영역에 가라앉았던 바다 학살자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가 복수를 위해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궤도에 오른다.
일단 풍성한 볼거리와 강력해진 스펙터클은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를 제대로 충족시킨다.
유령 군함 '사일런트 메리'가 바다 밑에서 솟구쳐 올라와 다른 해적선을 찍어 누르는 장면, 그들과 함께 나타난 유령 상어 떼, 소용돌이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긴박한 해양 전투장면 등이 압도적이다.
특히 유물을 찾아 도착한 해저 장면은 실제 바닷속에 들어온 것 같은 영화적 쾌감을 안겨준다.
불그스름한 별빛이 가득한 섬, 둘로 갈라진 장엄한 바다, 그사이에 놓인 전설의 유물을 두고 펼쳐지는 결투 등은 아름다우면서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다만 캐릭터마다 개연성을 부여하고자 다양한 이야기가 두서없이 끼워 넣어지다 보니 다소 이야기가 빡빡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영화 장르 특성상 촘촘한 스토리에 대한 강박은 좀 더 덜어냈어도 좋을 것 같다.
시리즈 팬들을 위한 '퍼즐 조각'들이 곳곳에 배치된 점도 관객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편에서 유리병에 갇힌 잭의 해적선 '블랙펄'의 운명이 그려지고, 잭의 수많은 모험을 함께해온 동료 월 터너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폴 매카트니의 카메오 등장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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