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토르:라그나로크'는 천둥·번개의 신 토르의 세 번째 이야기다. 2011년 개봉한 '토르:천둥의 신', 2013년 '토르:다크월드'에 이어 4년 만에 나온 신작으로, 마블의 대표 캐릭터 토르와 헐크가 의기투합했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에서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말. 다소 무거운 제목과 달리 지금까지 나온 토르 시리즈 중 가장 유쾌하고 B급 정서가 강하다.
바람에 휘날리는 장발 대신 쇼트커트로 스타일을 바꾼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는 그 나름대로 잘 어울리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 중 가장 수다스럽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유머를 쏟아내고, 신의 체면에 걸맞지 않게 슬랩스틱 코미디도 불사한다. 좌충우돌하는 모습에서는 인간미가 넘쳐난다. 극 전반에는 마블식 유머와 영국의 록그룹 레드제플린의 '이미그랜트 송'(Immigrant Song)이 어우러져 또 다른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떠올리게도 한다.
큰 줄기는 토르의 누나이자 죽음의 여신 헬라가 오랜 봉인에서 깨어나 신의 세계인 아스가르드를 침략하고, 토르가 새로운 전사들로 팀을 꾸려 헬라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전반부는 토르의 굴욕과 수난사로 채워진다. 토르의 분신인 망치 '묠니르'는 헬라에 의해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난다. 망치가 없는 토르는 수트 없는 아이언맨, 방패를 빼앗긴 캡틴아메리카와 다름 아니다.
헬라에 쫓겨 '사카아르'라는 낯선 행성에 떨어진 토르는 강제로 머리카락을 잘리고, 검과 방패를 든 검투사가 돼 검투장 한가운데 놓인다.
헐크의 등장은 이때부터다.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자취를 감췄던 헐크가 토르의 맞상대로 경기장에 나타난다. 다분히 토르와 헐크의 한판 대결이라는 빅 이벤트를 염두에 둔 설정이지만, 볼거리 제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다.
예전 기억을 잊어버리고 성격이 아이처럼 변한 헐크의 모습을 보는 것은 짧은 머리의 토르처럼 낯설지만,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이전 시리즈에서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악당의 존재도 공을 들였다. 이번에는 무소불위의 악당, 그것도 마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여성 악당 헬라를 등장시켰다. 머리에 뿔이 달린 헬라를 연기한 호주 출신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수시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토르의 이복형제 로키(톰 히들스턴)는 3편에서도 아군과 적군을 오가며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여전사 발키리(테사 톰슨), 미지의 행성 사카아르를 지배하는 독특한 취향의 그랜드 마스터(제프 골드블럼) 등 새로운 캐릭터도 볼거리다.
구멍 뚫린 하늘에서 폐기물이 쏟아지는 사카아르 행성의 모습이나 토르와 헐크, 헬라가 펼치는 마지막 장면 등은 블록버스터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지난해 마블의 세계관(MCU)에 새로 합류한 '닥터 스트레인지'도 깜짝 출연해 토르와 대면한다. 본편 상영 뒤에는 쿠키 영상 2개가 이어진다.
'토르:라그나로크'는 현재 실시간 예매율 60%에 육박하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1편 169만 명, 2편 304만 명에 이어 새로운 흥행 기록을 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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