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으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연상호 감독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을 스크린에 그만의 방식으로 구현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신작 '염력'을 통해서다.
염력은 1980년대 TV에 나온 이스라엘 마술사 유리겔라의 숟가락 구부리기 묘기처럼 '생각만으로 일으키는 힘'을 뜻한다.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초능력을 소재로 한 '염력'은 판타지라는 외피를 둘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 비판에 비중을 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연 감독의 기지와 재기발랄함, 유머 코드가 곳곳에 담겨있지만, 기저에는 결코 가볍게 웃고 지나갈 수 없는 철거민 문제, 무자비한 공권력과 언론에 대한 비판 등이 깔렸다.
TV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린 치킨집 청년 사장 루미(심은경 분). 치킨집이 있는 지역 일대가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처하자, 지역 주민들과 함께 철거 용역에 맞서 싸운다. 그 와중에 어머니가 목숨을 잃게 되고, 루미는 어린 시절 집을 떠났던 아버지 석헌(류승룡)에게 연락을 한다.
석헌은 평범한 은행 경비원이다. 아내가 죽던 날, 우연히 약수터에서 약수를 먹은 뒤 하루아침에 염력을 갖게 된다. 손에 힘을 주면 라이터가 날아들고, 방바닥의 물건들이 공중에 떠다닌다. 신기한 능력으로 돈을 벌 궁리를 하던 석헌은 딸 루미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당하자, 자신의 힘을 철거민들을 위해 사용한다.
처음에는 물건을 끌어당기는 정도였던 석헌의 염력은 '용역깡패'들을 일거에 몰아내고,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닐 정도로 발전한다.
염력의 원천은 부성애다. '부산행'에서도 좀비 떼로부터 딸을 살리려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연 감독은 '염력'에서도 부성애 코드를 가져왔다. 평범한 가장이 위험에 빠진 딸을 구하려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것이 드라마의 큰 줄기다.
또 하나의 축은 철거민과 철거 용역, 건설업체 간의 대립이다. 강제로 철거를 집행하려는 용역업체 직원들과 이에 맞서 극렬히 저항하는 철거민들의 모습이 다큐멘터리처럼 담긴다.
연 감독은 "'부산행'때도 그랬던 것처럼, 초현실적인 소재를 다룰 때 한국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있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도시개발이라는 보편적인 시스템 문제를 다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류승룡이 웃음의 8할을 담당한다. 염력을 발휘할 때 짓는 과장된 표정은 주요 웃음 포인트다. 그는 온 얼굴을 찌푸리거나, 다리를 배배 꼬고, 혀를 날름날름 거리며 힘을 발휘한다. 스케일은 크지 않지만,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표현된 초능력 장면도 매끄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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