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소공녀'는 잠시 집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30대 여성 미소를 통해 팍팍한 도시 생활과 현대인의 삶을 비춘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거리로 나선 미소는 하룻밤을 묵기 위해 대학 시절 밴드를 함께했던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간다.
친구 문영(강진아)은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링거를 맞아가며 일하고, 시댁 식구와 함께 사는 현정(김국희)은 음식 솜씨로 구박을 당하며 산다. 결혼 8개월 만에 아내와 이혼 위기에 처한 대용(이성욱)은 20년 동안 아파트 대출금을 갚을 생각에 막막해 한다.
늦게까지 장가를 못 가 부모에게 얹혀사는 록이(최덕문), 부자 남편의 눈치를 보고 사는 정미(김재화)까지. 가까이에서 본 친구들의 삶은 행복하지만은 않다.
집은 없어도 자신의 취향대로 사는 미소, 집은 있어도 불만을 안고 사는 친구들. 영화는 누구의 삶이 행복한지 비교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너만 힘든 것은 아니다"라는 위로를 건넨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미소와 한솔은 극장표 할인을 받기 위해 헌혈을 하고, 맛집 대신 길거리 떡볶이집에서 데이트한다. 한솔은 남들처럼 살아보기 위해 오랜 꿈도 포기한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주인공 미소다. 대학 중퇴 후 프로 가사 도우미가 된 그는 30대가 된 친구들도 대학 시절처럼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줄 것으로 기대했다가 상처를 받는다.
친구들은 미소에게 "염치없다", "그렇게 살 바에야 나랑 결혼하자"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자신과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은연중에 가하는 사람들의 폭력을 보여준다. 꼭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말과 시선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미소의 결정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친 집값'이라고 불릴 정도로 집값이 뛰는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꿈·희망까지 포기하는 상황에 놓인 'N포세대' 청년이라면 더욱 공감할만하다.
연출을 맡은 전고운 감독은 서울에서 집을 구하면서 겪었던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각본을 썼다고 한다.
전 감독은 "집값이 너무 비쌌다. 1억이라는 큰돈을 모으는 것도 힘든데 그 돈으로 집을 구할 수도 없는 현실을 재미있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제목은 호지슨 버넷의 소설 '소공녀'에서 착안했다. 소설 속 소녀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행복한 삶을 되찾는다. 그렇다면 영화 속 미소의 결말은 어떨까. 극장 문을 나설 때면 미소에게 위스키 한잔을 건네고 싶어진다.
영화 '1999, 면회' '족구왕' '범죄의 여왕' 등을 만든 독립영화 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의 4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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