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개봉하는 '바람의 색'은 마술과 도플갱어 등 멜로에선 보기 드문 재료를 끌어들인 판타지다.
그러나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진지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정통 멜로에 가깝다.
천재 마술사 류(후루카와 유우키 분)는 탈출 마술을 선보이다가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온몸을 사슬로 묶고 상자 안에 들어가 깊은 바다에 뛰어든 다음 탈출하는 쇼였다. 연인 아야(후지이 다케미)와는 대형 전광판으로 생중계된 키스를 마지막으로 이별했다.
도쿄에 사는 료는 뉴스로 류의 사고 소식을 듣고 그와 자신이 닮았다는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1년간 사귄 유리와 이별하고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던 참이었다. 유리는 홋카이도에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운명에 이끌리듯 찾아간 홋카이도에서 유리를 닮은 아야를 만난다. 비슷한 상처를 지닌 둘이 사랑에 빠진다.
료는 류의 도플갱어가 된다. 마술을 익혀 류가 떠난 마술계를 금세 석권하고, 4년 뒤에는 류가 실패한 탈출 마술을 똑같이 재연한다. 유리와 아야 역시 단단하게 묶여 있는 관계다. 후루카와 유우키와 후지이 다케미가 각각 1인2역을 했다.
목숨에 비견할 만한 사랑이라는 정통 멜로의 변치 않는 주제는 자칫 영화를 지나친 진지함으로 몰고 가기 마련. '바람의 색'은 마술 에피소드를 전면 도입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마술사는 제 심장을 꺼내고 만국기를 펼쳐보이며 사랑 고백도 말 대신 마술로 한다.
홋카이도 앞바다에 근사하게 깔린 유빙(流氷)을 뒷배경으로 쇄빙선에 올라탄 연인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와 기차에 나눠 탄 채 마술로 사랑을 전하는 모습이 긴 여운을 남긴다. 료와 아야가 각각 레옹과 마틸다로 분장하고 거리에 나서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한일합작 방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2001)와 '클래식'(2003)의 곽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곽 감독은 멜로 바탕에 SF·판타지 등을 섞은 영화들을 일본·중국 등지를 오가며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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