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급사 직원 만희(김민희 분)는 프랑스 칸영화제 출장 중 "정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배급사 대표 양혜(장미희)는 영화감독 완수(정진영)와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연인 사이다.
그런데 완수와 만희가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
영화제에는 물론 완수도 동행했다. 완수는 음악교사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우연히 만난다. 클레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놀러 다니는 중이었다. 완수는 카페에서 말을 트게 된 클레어를 종종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본다. 도서관에 가서 프랑스어로 쓰인 시를 읽어달라고도 한다.
클레어는 해고당해 할 일이 없어진 만희도 우연히 만난다. 만희는 클레어에게 자기 처지를 하소연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홍상수 감독의 스무 번째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는 바람둥이 영화감독 완수와 그를 둘러싼 세 여자 이야기다.
홍상수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대단치 않은 우연과 조금씩 어긋나며 묘한 말맛을 내는 대사가 영화를 이끌어간다. 욕망에 충실한 남자, 술을 마시면 더 뻔뻔해지는 남자도 물론 등장한다. 영화 속 완수는 턱수염이며 헤어스타일, 옷차림까지 현실의 홍상수를 빼닮았다. 전작들보다 더 직접적인 홍상수의 자기고백이라고 말하듯, 배급사의 현지 사무실엔 홍상수가 연출한 영화의 해외 포스터가 붙어있다.
홍상수는 2016년 5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칸영화제에 간 김민희와 동행해 이 영화를 찍었다. 두 사람이 불륜을 공식 인정하기 전이었다. 영화제 현장이라는 배경 탓인지, 둘의 관계 때문인지 홍상수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밝고 들떠 보이기도 한다. 웃음도 빈발한다. 이자벨 위페르와 김민희는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선보인다. 홍상수 영화로는 드물게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오는 25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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