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가 4일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탈북여성이 생존을 위해 감당해야 한 고통을 따라가며 돈과 폭력 앞에 모정까지 버려야 했던 그의 기구한 인생사를 조명한다.
중국의 조선족 대학생 젠첸(장동윤 분)은 병든 아버지(오광록 분) 부탁으로 오래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이나영 분)를 찾아 한국에 온다.
14년 만에 만난 엄마는 술집에서 일하고 새 남자와 산다. 젠첸은 엄마의 애인을 인정할 수 없고 왜 작부로 일하는지 알 수 없다.
젠첸은 자신을 무심하게 대하는 엄마에게 더 큰 상처를 받은 채 혼자 중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엄마가 짐 속에 몰래 넣어둔 일기장을 발견하고 엄마의 비밀과 가슴 속에 감춰둔 진심을 알게 된다.
영화 초반부는 젠첸의 시선으로 2017년 현재를 사는 엄마를 바라본다. 매정한 엄마 모습은 답답함과 분노를 자아내면서도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품게 한다.
젠첸이 엄마 일기장을 발견하면서부터 영화는 엄마의 과거에 초점을 맞춘다. 엄마는 일반 조선족이 아닌 탈북여성이었음이 드러난다. 탈북 과정에서 브로커 황 사장(이유준 분)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엄마는 돈을 벌러 집을 나간다.
젠첸은 엄마가 돈을 벌지 않으면 어린 자신이 팔려갈 처지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엄마가 아들에게 털어놓은 비밀은 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들은 아빠가 황 사장에게 돈을 주고 탈북여성인 엄마와 결혼했고, 엄마를 되찾기 위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
연출을 맡은 윤재호 감독은 2016년 다큐멘터리 '마담B'에서 이미 탈북여성의 삶을 다룬 바 있다. '마담B' 역시 생계를 위해 탈북한 여성으로 브로커에게 속아 중국의 가난한 농부에게 팔려간 인물이다.
즉, 윤 감독은 실화를 영화로 각색하면서 '마담B'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이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름도 없는 '엄마' 역을 맡은 이나영은 2012년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나영은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캐릭터여서 선뜻 출연을 결정했다"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11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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