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CJ ENM이 '신과함께' 시리즈 제작사인 덱스터 스튜디오를 인수한다는 보도로 영화계가 온종일 들썩였다.
CJ ENM과 덱스터 스튜디오 양측은 조회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사업 제휴와 전략적 투자를 논의 중이라고 밝혀 두 회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한매체는 복수의 영화 관계자를 인용해 "CJ ENM이 덱스터 스튜디오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덱스터 주가는 전날 대비 1천540원(29.96%) 급등한 6천680원까지 뛰었다. 이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인수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CJ ENM은 장 마감 직전 올린 공시에서 "덱스터 스튜디오 인수를 추진 중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 및 전략적 합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덱스터 스튜디오 역시 "피인수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CJ ENM과 사업적 제휴, 전략적 투자(SI) 등에 관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논의 중"이라고 공시했다. 덱스터 주가는 전날보다 16.15% 오른 5천970원에 마감했다.
'인수설'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두 회사는 협력 강화를 인정했다.
영화투자배급 시장의 최강자였던 CJ ENM은 최근 몇 년간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 2년간 선보인 한국영화 12편 가운데 '1987', '공작', '탐정:리턴즈', '그것만이 내 세상' 등 4편만이 손익분기점(극장 수익 기준)을 넘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2011년 세운 시각 특수효과(VFX) 업체로,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해 '신과함께' 1, 2편의 시각효과와 제작을 맡아 '쌍 천만 영화'를 배출하며 한국영화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차기작으로는 하정우·이병헌 주연 '백두산'을 비롯해 '신과함께' 3, 4편을 준비 중이다.
덱스터는 그동안 한국영화 이외에 '몽키킹-손오공의 탄생' 등 중국 블록버스터의 시각 특수효과 작업을 수주해왔다. 그러나 2016년 본격화된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수주에 고전을 겪어왔다. 이 회사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약 29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덱스터는 그간 CJ ENM뿐만 아니라 롯데, 쇼박스의 최대 주주인 오리온 등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과 지분 일부 매각 등 경영 안정화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CJ ENM은 최근 '백두산'의 메인 투자 배급사로 참여했다.
덱스터는 지난해 말 '백두산' 제작을 위한 15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CJ ENM이 메인 투자 배급사라고 공시했다.
향후 두 회사가 전략적 제휴 등을 강화할 경우 덱스터의 또 다른 신작 '신과함께' 3, 4편도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신과함께' 1, 2편은 원래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기로 하고 진행된 프로젝트였으나, 제작 기간 연장과 제작비 상승 등 문제로 배급이 롯데엔터테인먼트로 넘어갔다.
영화계 관계자는 "CJ ENM은 계열사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나인룸' 등을 만든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두고 있다"며 "덱스터가 보유한 VFX 기술과 CJ ENM계열사 콘텐츠가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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