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담담하게 수상 소감을 이어가던 이정후는 상기된 얼굴로 "이 영광을 내 친구 성훈이와 함께 나누겠다"고 했다. 이정후의 소감이 끝난 뒤, 시상식장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유망주 투수 김성훈을 향한, 작별 의식이었다.
김성훈은 2017년 고졸 신인으로 한화에 입단, 지난해 7월 1군에 데뷔한 유망주 투수였다. 올 시즌에는 15경기에서 22⅓이닝을 던지며 1패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김성훈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야구계 모두가 비통해했지만, 이정후의 가슴은 더 아팠다. 이정후와 김성훈은 동갑내기, 절친한 친구였다.
이정후는 김성훈이 세상을 떠난 뒤 친구를 그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애절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시상식에서도 이정후는 친구를 잊지 않았다.
이정후는 올해 타율 0.336, 68타점, 13도루를 올렸다.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내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했던 이정후는 2019년 더 성장해서 이견 없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군사기초교육 훈련을 받아 시상식에 불참했던 이정후는 "무대에 올라오니 생각한 것보다 더 떨린다. 히어로즈 프런트, 장정석 감독님 등 코치진, 선후배,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떠올렸던 이름을 다 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이제는 볼 수 없는 친구 김성훈은 잊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이정후는 "동갑내기 친구들과 '성훈이를 기억할만한 자리에 서는 사람이 꼭 성훈이 이름을 부르자'라고 약속했다"며 "어떤 소감보다 신중하게 준비했다. 성훈이가 잘 쉬고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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