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신'은 연산군이 조선을 다스린 광기의 시대, 팔도에서 여자를 모아 임금에게 바치는 간신 임숭재와 비밀을 감추고 궁으로 향하는 여자 단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만든 민규동 감독은 신작 '간신'을 통해 미묘한 사랑을 보여주지만, 11일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이라는 단어는 떠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임숭재가 단희를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죄의식"이라며 "여자는 그 권력이 당신의 것인지 묻고 그 죄는 죽어서도 씻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민 감독은 '간신'을 통해 연산군이라는 거대한 존재 뒤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의 흔적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임숭재 역을 맡은 주지훈 역시 "내 캐릭터는 이 많은 인물 사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음새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민 감독은 영화에 몇 차례 등장하는 파격적인 정사신도 "에로틱하게 연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금기시돼 우리가 마주하지 못하는 장면을 응시함으로써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면들의 주인공인 단희 역은 '인간중독'에서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신인 배우 임지연이, 기생 설중매 역은 데뷔작 '봄'으로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유영이 각각 맡았다.

임지연은 "배우로서 담담하게 임하자고 생각했다"며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자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유영은 "계속 위로 올라가려 하고 넘어서려 하면 할수록 짓밟히는 인물이라 촬영하는 내내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며 "잘못된 권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