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지원금 삭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7년 만에 처음으로 따로 국내외 영화계 인사를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영진위는 17일 밤(이하 현지시간) '한국영화의 밤'을, 부산영화제는 같은 날 오후에 'BIFF 런천 앳(@) 칸' 행사를 각각 프랑스 칸 해변에 있는 천막 라운지에서 진행했다.
각 행사에는 샤를 테송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위원장과 로카르노·도쿄·홍콩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제 수장들과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영화의 밤'은 이름 그대로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대표해 열리는 행사로,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한국 영화를 알리고 다른 나라의 영화를 알아 가는 교류의 자리다.
부산영화제는 200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해마다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영진위의 '한국영화의 밤'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한국 영화 진흥을 위한 공적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 국제영화제로 올라선 부산영화제가 협력함으로써 한국 영화의 힘과 가능성을 세계에 한목소리로 전한다는 뜻이다.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들간 관계는 '영화계의 외교활동'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오랜 세월동안 공들인 각국 영화인들의 '밀고 당기기' 끝에 형성된다.
그러나 올해 양쪽은 행사를 따로 열었을 뿐 아니라 서로 행사를 방문하지도 않았다.
김세훈 위원장을 비롯한 영진위 관계자들은 부산영화제 오찬에 참석하지 않았고 출국 직전 칸 방문을 취소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부산영화제 관계자들도 영진위 행사장을 찾지 않았다. 문화융성위원장인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만 '한국영화의 밤' 행사장을 방문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한국영화 전반을 알리는 행사는 영진위에서 맡고, 부산영화제에서는 필름마켓 등 산업적인 발전에 집중하는 행사를 열어 효율성을 찾자고 부산영화제 한 인사가 제안해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효율성 측면의 결정으로 보기에는 국내에서 부산영화제 지원금 삭감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한창인 터라 의혹이 일고 있다.
영진위는 지난달 중순 부산영화제에 대한 올해 지원금을 전년 14억6천만원의 절반 수준인 8억원으로 삭감했다.
영화제 측은 작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어지고 있는 부산영화제 자율성에 대한 침해 시도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고 영진위는 심사 과정에 '다이빙벨' 관련 문제가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칸에서 행사를 따로 열고 그 과정에 대한 양측의 설명도 엇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행사를 따로 하자고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며 "개막 한달 전 문의했을 때 영진위가 예산 지원 심사 이후 결정하자고 했고 심사 결과 이후에 따로 하자는 답이 와 영화제 별도 행사를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양쪽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모습은 한국영화가 3년 연속 칸 영화제 공식 경쟁작을 배출하지 못했고 국내 영화산업도 다시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칸을 찾은 한 국내 영화사 관계자는 "그 사이 중국 영화계는 물량공세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영진위는 한국영화 진흥에 힘쓰고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 위상 유지에 집중하는 상황이 되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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