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인 여성 감독 영화가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
기존 상업 영화와 달리 아이들 시선으로 본 세상이나 동시대 젊은이들의 초상, 삶과 죽음 등을 섬세하고 담백한 터치로 그려내 색다른 감흥을 준다.
이달 15일 개봉하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유은정 감독 장편 데뷔작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인 유 감독은 단편 '낮과 밤'으로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충무로에서 촉망받는 신인이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어느 날 유령이 된 채 깨어난 20대 여성 혜정(한해인 분)이 자기 죽음에 얽힌 사연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저예산 독립영화지만, 동시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호러와 미스터리, 판타지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독특한 색채로 풀어냈다. 주인공은 도시 외곽 주변 공장에서 일하는 혜정. 집과 직장을 오가며 세상과 담쌓고 지내는 그에게 연애나 결혼은 사치일 뿐이다. 딱히 꿈꾸는 것 없이 기계 같은 삶을 살아서인지 표정조차 늘 건조하다.
영화는 평범한 혜정의 일상을 보여주다 어느 날 아침 유령이 된 채 깨어난 혜정의 모습을 비춘다. 삶과 죽음 사이 공간에서 떠돌던 혜정은 미스터리한 비밀을 지닌 채 숨어지내는 효연(전소니)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사건과 얽힌 사연을 알게 된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유령처럼 살아가거나, 잘살아 보려고 발버둥 칠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이 점멸하는 형광등처럼 강한 인상을 남긴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음에도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전개,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사건을 모자이크처럼 풀어가는 방식 등이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오는 22일 관객을 찾는 '우리집'은 윤가은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윤 감독은 단편 '손님'(2011)으로 클레르몽페랑단편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단편 '콩나물'(2013)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네레이션 케이플러스(Kplus) 부문 수정곰상을 받았다. 또 장편 데뷔작 '우리들'은 전 세계 30개 이상 영화제 초청돼 호평받았다.
아이들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깊이 있게 그려낸 그는 신작 '우리집'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전작 '우리들'이 친구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면, '우리집'은 가족을 주제로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친다.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살 하나와 자주 이사를 하는 게 싫은 유미·유진 자매가 주인공이다. 이들 삼총사는 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모험을 감행한다. 실제 같은 아역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와 능동적인 경험을 통해 한뼘씩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감동을 안긴다.
이달 29일 선보이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개봉 전부터 연일 쏟아지는 수상 소식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대상, 제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최우수 국제장편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촬영상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25관왕을 달성했다.
1994년, 거대한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중학생 은희가 한문 선생 영지를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가려진 시간' 등에 출연한 신예 박지후가 은희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연기했다. 은희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마음을 열게 한 영지 역할은 배우 김새벽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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