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물의를 빚은 주전 세터 안혜진이 FA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선수 경력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반면 은퇴를 선언했던 베테랑 표승주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흥국생명에 합류하며 현역 복귀를 확정 지었다. 대형 이적과 계약 실패가 교차한 이번 FA 결과는 차기 시즌 V리그 전력 판도를 전면 재편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배구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마감된 가운데, 리그 최정상급 세터로 평가받던 안혜진이 소속 팀을 찾지 못한 채 미계약자로 남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전력 이탈을 넘어 프로 선수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이 계약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안혜진은 직전 시즌 소속 팀인 GS칼텍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주가를 높였으나, FA 협상 기간 중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모든 구단으로부터 외면받았다.
▲ 음주운전 파문 안혜진의 계약 실패와 리그의 엄격한 윤리 잣대
안혜진은 경찰 조사 결과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어 입건되었으며, 이에 따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단들은 전력 보강이라는 실리보다 선수의 도덕적 결함이 팀 이미지와 리그 전체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특히 GS칼텍스는 주전 세터의 공백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재계약을 포기하는 강단을 보였다. 이는 최근 스포츠계 전반에 확산된 음주운전 무관용 원칙이 실제 계약 현장에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안혜진은 2026-2027시즌을 코트 밖에서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향후 복귀 여부 역시 연맹의 징계 수위와 여론의 흐름에 따라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구단은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은 구단주가 KOVO 총재로 단독 입후보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시점에서 전력 강화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다. 이번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미들블로커 정호영을 영입하며 중앙 높이를 보강한 데 이어, 은퇴 상태였던 베테랑 표승주를 영입하는 깜짝 행보를 보였다. 표승주는 1년 전 은퇴를 선언하고 해설위원과 대한체육회 선수 위원 등으로 활동해왔으나, 현역 복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다시 운동화를 신게 되었다.
▲ 흥국생명의 공격적 전력 보강과 베테랑 표승주의 귀환
표승주의 복귀 방식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였다. 원소속팀 정관장과 총보수 2억 원(연봉 1억 6천만 원, 옵션 4천만 원)에 먼저 계약을 체결한 뒤, 곧바로 흥국생명으로 트레이드되는 절차를 밟았다. 흥국생명은 이 과정에서 차기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정관장에 넘겨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이는 즉각적인 전력 상승이 필요한 흥국생명의 절박함과 베테랑의 경험을 높게 평가한 벤치의 판단이 결합된 결과다. 표승주는 다음 달 초 팀 훈련에 합류하여 실전 감각 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다. 1년의 공백기 동안 개인 훈련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경기력 회복 속도가 흥국생명의 시즌 초반 성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또한 흥국생명은 내부 FA인 김수지, 도수빈, 박민지와의 재계약을 모두 마무리하며 기존 전력의 유출을 차단했다. 정호영 영입에 따른 보상 절차도 진행 중이다. 흥국생명은 정호영의 직전 시즌 연봉 200%인 6억 원과 보상선수 1명, 또는 연봉 300%인 9억 원을 정관장에 지급해야 한다. 22일 보호선수 5명의 명단이 정관장에 전달되면, 정관장은 이를 검토하여 25일 18시까지 보상선수를 최종 지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흥국생명이 어떤 유망주나 백업 자원을 보호명단에 묶었을지가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재정난으로 인해 구단 운영의 한계에 부딪힌 페퍼저축은행은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며 현금 확보와 선수단 규모 축소에 집중했다. 팀의 핵심 공격수였던 박정아와 이한비가 모두 팀을 떠났다. 박정아는 도로공사와 총보수 1억 8천만 원에 계약 후 트레이드되었으며, 이한비는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창단 초기 공격적인 투자와는 대조되는 모습으로, 운영사의 재무적 불확실성이 구단 전력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 페퍼저축은행의 재정난에 따른 주축 이탈과 시장 유동성 강화
이번 FA 시장의 전반적인 특징은 '안정 속의 부분적 균열'로 요약된다. 정호영과 표승주, 그리고 페퍼저축은행의 트레이드 사례를 제외하면 현대건설, IBK기업은행, 도로공사 등 대부분의 구단은 주축 FA 선수들과 재계약하며 전력을 유지했다. 현대건설은 김연견(3억 2천만 원), 김다인(5억 4천만 원) 등 핵심 자원을 잔류시키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용을 이어갔고, 도로공사 역시 배유나와 문정원을 앉히는 데 성공했다. 특히 도로공사는 박정아를 다시 불러들이며 전력 보강에 성공해 차기 시즌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종합해보면 2026-2027시즌 여자배구 판도는 '빅네임'의 이동과 윤리적 문제로 인한 이탈이 동시에 발생하며 예측 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안혜진의 이탈로 세터 운용에 비상이 걸린 GS칼텍스가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그리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흥국생명이 신구 조화를 통해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또한 사인 앤드 트레이드 제도가 구단의 재정난이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활발하게 활용되면서, 선수들의 이동 경로가 과거보다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KOVO의 상벌위원회 결과와 보상선수 지명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 각 팀의 전력 구상은 최종 완성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