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캐나다가 방송 및 영화 분야의 공동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완성했다. 이번 협정 체결로 양국이 공동 제작한 시청각 콘텐츠는 각국에서 자국 제작물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이는 제작비 절감과 더불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는 고민수 상임위원이 캐나다 오타와를 방문하여 앤드류 브라운 문화유산부 차관보와 '대한민국과 캐나다 간 시청각 공동제작 협력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은 지난 2017년 협상을 개시한 이후 약 8년이라는 장기간의 논의 끝에 도달한 결실이다. 양국은 이번 서명을 통해 시청각 콘텐츠 산업의 교류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구축하게 되었다.
▲ 양국 콘텐츠 자국 지위 부여 및 제도적 혜택
이번 협정의 핵심은 한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제작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시청각 콘텐츠를 양국 모두에서 '자국 콘텐츠'로 인정한다는 점에 있다. 통상적으로 해외와의 공동제작물은 쿼터 제한이나 편성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나, 이번 협정을 통해 이러한 진입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에 따라 공동제작 작품은 양국의 방송 편성 규제에서 제외되는 특권을 누리게 되며, 이는 방송사들이 공동제작 콘텐츠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제도적 혜택은 단순히 편성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는다. 제작에 참여하는 인력과 장비의 이동 편의가 보장되며,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금과 세제 혜택도 자국 제작물과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된다. 이는 국내 제작사들이 캐나다의 우수한 제작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하면서도 법적·행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틀이 된다. 특히 복잡한 비자 발급 절차나 장비 통관 과정에서의 편의가 증대됨에 따라 현지 로케이션 촬영 및 기술 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 캐나다 미디어 펀드 활용을 통한 제작비 절감 효과
경제적 측면에서의 파급 효과는 더욱 구체적이다. 이번 협정 체결로 국내 콘텐츠 업계는 캐나다의 대규모 제작 지원 제도인 '캐나다 미디어 펀드(CMF)'를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캐나다 미디어 펀드는 연간 약 3억 9,000만 캐나다달러, 한화로 약 4,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운영되는 공적 자금이다. 이 중 약 84%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배정되어 있어, 한국 방송사 및 제작사들이 캐나다 파트너와 협력할 경우 제작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영화 분야 역시 '텔레필름 캐나다'를 통한 재정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제작 지원 사업과 캐나다의 펀드를 동시에 신청하는 '듀얼 펀딩' 구조가 가능해짐에 따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텐트폴 작품의 제작이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품질 콘텐츠 생산을 위한 자본 확보 경쟁에서 국내 제작사들이 북미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함을 의미한다.
▲ 북미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K-콘텐츠의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한다. 캐나다는 지리적, 언어적으로 미국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북미 시장 진출의 최적의 교두보로 평가받는다. 양국 시청각 미디어 산업의 강점인 한국의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캐나다의 선진화된 후반 작업 및 시각 효과(VFX)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글로벌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인 콘텐츠 탄생이 기대된다.
협정은 향후 캐나다 의회 상정과 내각 승인 등 국내 절차를 거쳐 2026년 가을경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협정의 실질적인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양국 제작사 간 매칭 데이 개최 등 후속 지원 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협정은 양국 간의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 주류 시장으로 깊숙이 침투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