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이 아닌 '우리의 터전'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이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지역사회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문화적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냈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예술적 감각으로 승화된 이들의 작품 세계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K-컬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386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오가이 알레나의 감각적 앵글
광주의 심장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형형색색의 삶을 담은 프레임으로 가득 찼다. 제19회 세계인의 날을 기념해 열린 ‘광주·전남 이민자 사진 콘테스트’는 단순한 공모전을 넘어 다채로운 문화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번 콘테스트에서 단연 돋보인 주인공은 카자흐스탄 출신의 고려인 동포 오가이 알레나 씨다.
그녀는 총 386점에 달하는 쟁쟁한 출품작 사이에서 독보적인 시선과 감수성을 인정받으며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알레나 씨의 렌즈에 포착된 장면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광주의 일상을 낯설고도 아름다운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녀뿐만 아니라 고려인마을의 여러 주민이 장려상과 참가상을 휩쓸며, 고려인 특유의 깊은 정서와 예술적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진으로 잇는 연대, 광주·전남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
이번 공모전의 화두는 ‘공존’과 ‘통합’이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이민자들이 바라본 지역사회의 풍경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고려인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숨결을 따뜻한 색채로 그려내며,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포착한 사진 속에는 이웃과 나누는 소박한 웃음, 광주의 골목길이 품은 역동성, 그리고 전남의 자연이 주는 평온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기록을 넘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묶이는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 역시 이민자들의 시선으로 재발견된 광주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이방인'에서 '이웃'으로, K-컬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고려인들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임은진 소장은 이번 콘테스트가 이민자와 지역사회가 소통하는 소중한 창구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민자들이 단순한 ‘거주자’를 넘어 지역사회의 소중한 이웃이자 시민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약속은 현장의 열기를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다. 고려인마을이 보여준 이번 성과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술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경계를 허물고 마음을 연 고려인마을 주민들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들이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고, 그 이야기는 다시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 다음에는 또 어떤 프레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고려인마을 아티스트들의 감각적인 행보에 벌써부터 뜨거운 기대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