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을 AI 휴머노이드로 되살려 가족으로 맞이한다면?」 오는 6월 10일 개봉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이 2026년,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마주할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 '상자 속의 양'은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AI 기술이 던지는 슬픈 역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환상의 빛'(1995), '걸어도 걸어도'(2008) 등 전작에서 꾸준히 상실 이후의 삶과 가족의 의미를 탐구해왔다. 여기에 AI라는 새로운 요소를 더해 '상자 속의 양'을 통해 주제의 폭을 확장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결'을 선보인다.
이야기는 2년 전 사랑하는 아들 키케루를 잃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와 켄스케(다이고) 부부에게서 시작된다. 이들은 죽은 사람을 재현하는 혁신적인 휴머노이드 서비스 '리버스'(Rebirth)를 통해 아들과 똑 닮은 로봇(구와키 리무)을 가족으로 맞이한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눈앞에 나타나자 부부에게는 한 줄기 빛 같은 위로가 찾아오는 듯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감정과 위화감, 깊은 혼란에 휩싸인다. 오토네의 동생과 엄마 등 주변 인물들 역시 이 기묘한 가족 구성원 앞에서 안도와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관객에게 AI가 상실에 대한 '만능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눈앞에 보이는 완벽한 휴머노이드 아들은 부부에게 일시적인 위안을 주지만, 동시에 기술이 결코 채울 수 없는 '진짜' 아들의 빈자리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과연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슬픔마저 해결해줄 수 있을까. '상자 속의 양'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윤리적 고민까지 유도한다.
영화 제목 '상자 속의 양'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 속 비유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린 왕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자 속의 양을 상상하며 진정한 친구를 찾아가는 것처럼, 고레에다 감독은 눈에 보이는 완벽함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이 곧 진정한 인간다움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AI가 구현하는 완벽한 재현 너머에 있는 인간 본연의 감정, 기억, 그리고 상상의 영역을 강조하는 감독의 메시지다.
'상자 속의 양'은 상실 외에도 이질적인 존재와의 공존, 기술이 삶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영화는 러닝타임 127분 동안 각 인물의 뛰어난 감정 표현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하지만, 때때로 여러 주제가 산발적으로 느껴지고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2026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오는 6월 10일 개봉하는 '상자 속의 양'은 단순한 기술 비판을 넘어 AI 시대에 상실이라는 인간적인 경험을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영화는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 그리고 진정한 연결이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들며, 기술이 미처 채울 수 없는 인간 마음의 공간에 대한 깊은 성찰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