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고 일단 좋은 걸 상상하자, 일단 웃자.」 2026년 6월 5일, 이유진 감독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밝힌 이 한마디는 퀴어 차별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유쾌한 상상력과 웃음으로 위로를 건네는 영화 '이반리 장만옥'의 독특한 존재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중년 레즈비언 장만옥(양말복 분)이 귀촌해 이장 선거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이반리 장만옥'은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시종일관 유쾌한 코미디의 결로 풀어내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다. 이유진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좋은 걸 상상하고 일단 웃자. 그렇게 해서 유쾌한 에너지가 모이면, 토론하거나 싸울 에너지도 생기지 않을까?」라는 연출 의도를 밝히며, 영화가 단순히 웃음을 넘어선 긍정적 에너지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는 퀴어 폭력 문제까지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룬다. 고등학생 재연(성재윤 분)이 겪는 폭력을 묵직한 정극으로 재현하는 대신, 장만옥과 담임교사의 코믹한 '랩 배틀'로 풀어낸 것. 이는 폭력의 재현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감독의 섬세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유진 감독은 「영화로 싸울 에너지 얻기를」 바란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관객이 불필요한 고통을 느끼기보다 유쾌한 방법으로 문제를 직시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슬픔이나 울분보다는 웃음에 방점을 찍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공개되었을 때 눈물을 보인 관객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이반리 장만옥'이 가진 역설적인 감동의 깊이를 증명한다. 장만옥이 외로운 이 없는 마을에 도착하는 장면, 그리고 퀴어 퍼레이드 장면은 관객들에게 뭉클함과 위로를 동시에 선사하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반리 장만옥'이 주목받는 이유는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위한 노력이다. 이유진 감독은 어린 관객들에게도 성 소수자 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애인의 밤에도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 담배 대신 막대사탕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에 이런 영화를 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관객들의 후기는 감독의 이러한 바람이 고스란히 통했음을 보여준다.
'이반리 장만옥'은 서울독립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쾰른국제여성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이미 그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이유진 감독은 「이 영화가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살아가는 퀴어 당사자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그리고 폭넓은 대중에게는 유쾌한 웃음 속에서 차별과 혐오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웃음으로 얻은 긍정적 에너지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논쟁과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며, '이반리 장만옥'이 대중 코미디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