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CC의 핵심 가드 허훈이 정규리그의 화력 대신 수비를 선택하며 팀을 4강 플레이오프로 견인했다. 공격 지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대 에이스 봉쇄에 집중한 희생적 플레이는 조직력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개인의 기록보다 팀 승리를 최우선으로 둔 전술적 변화는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증명하며 시리즈 전승의 기반이 되었다.
부산 KCC는 원주 DB와의 6강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단 한 판의 경기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4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팀의 주득점원인 허훈의 역할 변화였다. 정규리그 내내 화려한 득점력과 어시스트로 팀의 공격을 주도했던 허훈은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며 스스로 '수비 전문 요원'을 자처했다. 이러한 변화는 각 포지션에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한 KCC의 전술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팀 전체의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공수 균형 재편한 에이스의 희생과 데이터 변화
통계적 수치에서도 허훈의 희생은 명확히 드러난다. 허훈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40경기에 출전해 평균 13.1점, 6.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형 가드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6강 플레이오프 3경기 동안 그의 평균 득점은 11점으로 하락했다. 이는 단순히 슛 컨디션의 난조가 아닌, 수비에 에너지를 쏟기 위해 야투 시도 횟수를 정규리그 평균 11.1개에서 약 2개 가량 의도적으로 줄인 결과다. 특히 원주 DB의 핵심 외곽 자원인 이선 알바노를 전담 마크하며 상대 공격의 시발점을 원천 봉쇄하는 데 집중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허훈이 수비에서 타이트한 압박을 이어간 결과 상대 에이스의 야투 효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허훈은 1차전에서 7점 11어시스트로 조율에 집중했고, 2차전에서도 9점에 머물렀으나 수비 공헌도는 정규리그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 1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에서는 수비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승부처인 3쿼터에만 3점 슛 2개를 포함해 17점을 몰아치는 해결사 본능까지 과시했다. 이는 에이스가 수비에 전념할 때 팀의 전체적인 수비 지표와 승률이 비례해서 상승한다는 현대 농구의 효율성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 슈퍼팀 시너지 극대화와 동료들의 연쇄적 활약
허훈의 이러한 변화는 이른바 '슈퍼팀'으로 불리는 KCC 내부의 시너지 효과를 폭발시켰다. 최준용, 송교창, 라건아 등 개성이 강하고 공격 점유율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이 모인 팀 특성상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팀의 상징과도 같은 허훈이 먼저 허슬 플레이와 수비 궂은일에 앞장서자 나머지 선수들의 활동량도 동반 상승했다. 이상민 감독은 허훈이 앞선에서 강한 압박을 가함으로써 송교창과 최준용이 수비 부담을 덜고 속공과 가로채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준용은 시리즈 종료 후 인터뷰를 통해 허훈의 수비 의지가 팀 전체의 투지를 깨웠다고 언급했다. 에이스급 선수가 수비를 소홀히 하지 않고 몸을 던지는 모습이 동료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6강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KCC는 공수 전환 속도에서 원주 DB를 압도했으며, 이는 허훈이 기점 역할을 수행한 타이트한 전방 압박에서 시작되었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단순한 합을 넘어 하나의 팀으로 묶이는 '화학적 결합'이 허훈의 수비 헌신을 통해 완성된 셈이다.
▲ 우승 열망이 빚어낸 전술적 유연성과 향후 전망
허훈이 개인 기록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비에 매진하는 배경에는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거머쥐지 못한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정규리그 MVP 수상 등 개인적인 영예는 이미 모두 달성했으나,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시즌 중 코뼈 골절이라는 부상 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전을 강행했던 투혼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수비 중심의 플레이 스타일 변화를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부산 KCC는 안양 정관장과의 4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6강 시리즈에서 보여준 허훈의 공수 겸장 모습이 유지된다면 KCC의 우승 확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상대 팀의 전력에 맞춰 언제든 공격형 가드와 수비형 가드의 역할을 오갈 수 있는 허훈의 다재다능함이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KCC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의 화려함을 내려놓고 팀의 승리를 선택한 허훈의 행보가 KCC를 창단 첫 슈퍼팀 우승으로 인도할 수 있을지 농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