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레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제패 10년 만에 3부 리그인 리그1으로 추락하는 전례 없는 부진을 겪고 있다. 방만한 재정 운영에 따른 승점 삭감 징계와 경기력 저하가 맞물리며 과거의 영광은 빛을 잃었다. 리그 최하위권 탈출에 실패한 구단은 이제 클럽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동화'로 불리던 레스터 시티의 몰락이 현실화되었다. 레스터 시티는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헐 시티와의 2025-2026 잉글랜드 챔피언십 44라운드 홈경기에서 접전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그친 레스터 시티는 이번 경기 결과로 다음 시즌 3부 리그인 리그1 강등이 공식 확정되었다. 경기 종료 후 레스터 시티의 공격수 팻슨 다카를 비롯한 선수단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남았으며, 홈 팬들은 야유와 침묵으로 팀의 추락을 지켜보았다.
▲ 2부 리그 잔류 실패와 승점 삭감의 결정적 타격
레스터 시티의 이번 강등은 단순한 경기력 부진을 넘어 행정적 실책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레스터 시티는 24개 팀이 경쟁하는 챔피언십에서 승점 42로 23위에 머물러 있다. 리그 종료까지 단 두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잔류 마지노선인 21위 블랙번(승점 49)과의 격차는 7점으로 벌어졌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더라도 역전이 불가능한 수치다. 올 시즌 레스터 시티가 기록한 실제 성적은 11승 15무 18패로 산술적인 승점은 48점이어야 했으나, 재정 규정 위반에 따른 승점 6 삭감 징계가 순위를 하위권으로 밀어 넣었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와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규칙(PSR) 위반은 중소 구단인 레스터 시티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였다. 구단은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위해 무리한 선수 영입과 고액의 주급 체계를 유지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잉글랜드 축구 당국은 레스터 시티의 재정 보고서를 검토한 끝에 규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승점 삭감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레스터 시티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최근 기각되면서 강등의 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축구 경영에서 재정 건전성이 경기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가 되었다.
▲ 기적의 우승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경영 실패의 대가
이번 강등이 축구계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불과 10년 전인 2015-2016 시즌, 레스터 시티는 도박사들이 점친 '5,000분의 1'이라는 희박한 확률을 뚫고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당시 맨체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 등 천문학적인 자본을 보유한 빅 클럽들을 제치고 창단 132년 만에 이뤄낸 우승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2016-201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과 2020-2021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레스터 시티는 신흥 강호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방만한 경영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성적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입된 과도한 비용은 구단의 재정 구조를 왜곡시켰다. 2022-2023 시즌 프리미어리그 18위를 기록하며 2부 리그로 강등된 것이 몰락의 전초전이었다. 비록 2023-2024 시즌에 곧바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프리미어리그 복귀에 성공했으나, 한 시즌 만에 다시 강등되는 '요요 현상'을 겪었다. 결국 이번 시즌에는 2부 리그에서도 살아남지 못하고 3부 리그까지 미끄러지며,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이 10년 만에 3부 리그까지 추락하는 비운의 역사를 쓰게 되었다.
▲ 3부 리그 추락에 따른 구단 재정 및 향후 전망
3부 리그 강등은 구단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 중계권료 수익이 급감함은 물론, 스폰서십 계약 조건도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의 고액 연봉 선수들을 리그1 규모에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주력 선수들의 대거 이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단은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레스터 시티가 다시 상위 리그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뼈를 깎는 인적, 구조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팬들의 여론 또한 악화되고 있다. 우승의 주역들이 팀을 떠나고 경영진의 실책이 반복되면서 구단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부 리그는 1, 2부 리그에 비해 경기 수와 일정이 더 험난하며, 거친 신체 접촉 위주의 축구 스타일이 강해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레스터 시티가 과거의 동화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축구 산업의 규범에 맞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 킹 파워 스타디움에 감돌고 있는 무거운 침묵을 깨기 위해 구단이 어떤 자구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