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팬들을 전율케 했던 왕년의 스타들이 이제는 가장 강력한 적이 되어 돌아왔다. 노우모리 케이타와 로버트랜디 시몬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현대캐피탈의 아시아 정벌기가 아쉬운 마침표를 찍었다. 구면이기에 더욱 치명적이었던 전설들의 활약과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 현대캐피탈의 뜨거웠던 승부를 조명한다.
엇갈린 희비, V-리그 레전드들의 화려한 습격
인도네시아 폰티아낙의 코트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2026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현대캐피탈이 마주한 상대는 자카르타 바양카라 프레시시였다. 하지만 상대의 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과거 V-리그 KB손해보험에서 '괴물'로 불렸던 케이타와 OK저축은행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몬이 단기 영입 선수로 자카르타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케이타는 이날 혼자서만 24득점을 몰아치며 코트를 완전히 지배했다. 특유의 탄력 넘치는 점프와 각도 깊은 스파이크는 현대캐피탈의 블로킹 벽을 무력화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승부처마다 터진 4개의 서브 에이스는 현대캐피탈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 놓으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갔다. 시몬 역시 노련한 경기 운영과 중앙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13득점을 기록, 전설의 품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장촨·후잔저우의 고군분투, 레오의 빈자리 메우기엔 역부족
현대캐피탈로서도 이번 대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팀의 주포인 레오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면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 중국 리그에서 긴급 수혈된 장촨과 후잔저우가 코트를 밟았다. 장촨은 팀 내 최다인 15득점을 올리며 분전했고, 주장 허수봉 역시 8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을 잡기 위해 애썼다.
매 세트 접전이 이어졌지만, 결정적인 한 끗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특히 2세트 23-23 상황에서 상대 범실로 역전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했으나, 임시 영입 선수들의 서브 범실과 리시브 불안이 겹치며 듀스 끝에 세트를 내준 점이 뼈아팠다. 3세트 역시 23-24까지 추격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순간 케이타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며 세트 점수 0-3 완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패배 속에 피어난 수확, 현대캐피탈의 다음 스텝이 기대되는 이유
비록 결승 진출과 2026 FIVB 세계클럽선수권대회 출전권 획득이라는 목표는 눈앞에서 놓쳤지만, 이번 대회는 현대캐피탈에 귀중한 실전 데이터를 남겼다. 단기 계약으로 합류한 장촨과 후잔저우의 기량을 아시아 무대에서 직접 검증하며, 차기 시즌 아시아쿼터 영입을 위한 확실한 기준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새로운 전술적 실험을 마쳤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배구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케이타와 시몬의 조합을 다시 볼 줄은 몰랐다", "현대캐피탈이 레오 없이도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놀랍다"는 등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정상으로 향하는 여정은 잠시 멈췄지만, 이번 경험을 자양분 삼아 V-리그에서 보여줄 현대캐피탈의 명가 재건 시나리오는 이제 막 본격적인 막을 올리고 있다. 전설들을 상대하며 한층 단단해진 그들의 다음 행보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