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6 (토)

'화장실 전쟁' 박혜민 PD "싸느냐 참느냐, 생존의 문제… 2부작으로 확장할 것"

김광현 기자

국내외 평단을 사로잡은 화제작, EBS '다큐프라임-싸느냐, 참느냐 화장실 전쟁'의 박혜민 PD가 '싸느냐, 참느냐는 생존 문제'라고 일갈하며, 화장실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인권과 차별 실태를 파헤친 이유와 못다 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2026년 06월 06일,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난 박혜민 PD는 올해 한국PD대상 TV 시사다큐 부문 작품상과 휴스턴 국제영화제 단편 다큐 부문 대상을 동시 석권한 소감으로 운을 뗐다. 박 PD는 「처음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며 겸손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화장실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자기관리 부족'이나 '질병'으로 치부했던 사회적 인식을 뒤집는 뜻깊은 수상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박 PD가 연출한 다큐프라임-싸느냐, 참느냐 화장실 전쟁(49분 분량)은 기관사, 건설 현장 노동자, 도시가스 검침원 등 일터에서 인간의 기본적 생리 현상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의 노동 인권과 차별 실태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화장실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극한의 고통과 차별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박 PD는 「화장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곳인데, 누군가에게는 매번 '싸느냐, 참느냐'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더라고요」라며, 「'싸느냐, 참느냐'의 문제도 삶과 죽음을 고뇌할 만큼 가볍지 않은, 생존의 문제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인적인 불편함을 넘어선,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자 사회적 권력이 크게 작동하는 공간으로서 화장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화장실 전쟁' 박혜민 PD
[사진=연합뉴스]

이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 PD는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아직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11월 19일은 세계 화장실의 날로 지정돼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죠」라고 지적했다. 과거 공론화되지 못했던 이 문제가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이어진 계기는 박 PD의 개인적인 경험이었다. 지난해 여름 에어컨 기사들이 겪는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을 알게 된 것이 작품의 시작점이 됐다.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불쾌감을 줄이기 위한 연출적 고뇌는 물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박 PD는 아직 다큐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며 2부작 제작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화장실 내 불법 촬영 문제, 성소수자 및 장애인을 위한 '모두의 화장실' 조성 등 미처 다루지 못한 사회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다'는 공감 어린 반응들이 쏟아졌고, 이는 박 PD에게 다큐멘터리스트로서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이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는 박 PD의 말에서 깊은 울림이 느껴졌다.

박혜민 PD는 '화장실 권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과거 수많은 약자들이 싸움으로 얻어낸 결과물이 지금의 화장실 권리임을 상기시키며, 이 다큐가 던진 '싸느냐, 참느냐'의 문제가 궁극적으로 「'싸우느냐 참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더 이상 참지 말고 함께 목소리를 내 힘을 보탰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화장실 전쟁'이 던진 보편적 인권의 화두는 우리 사회에 깊은 질문을 던지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변화의 물결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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