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벌어진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 파문이 단순한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혐오와 차별의 어두운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냈고, 세계 스포츠계가 '무관용 원칙'으로 혐오에 맞서 강력한 규제를 펼치는 가운데 국내 스포츠 역시 학원과 프로를 막론하고 통일되고 엄정한 혐오 행위 징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풋풋함과 열정으로 가득해야 할 학원 스포츠 현장이 혐오와 차별로 얼룩지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 6월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일고 선수단을 향해 혐오성 짙은 '스타벅스', '탱크데이' 응원 구호를 외치는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한 달여 전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을 고스란히 연상시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우적 혐오가 청소년들에게까지 침투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7월 1일 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에 6개월간 전국 대회 출전 금지라는 강력한 단체 징계를 내렸다. 나아가 응원 주도 선수 및 이를 묵인·방조한 지도자들에 대한 개인 징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올바른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함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할 계획이다. 같은 날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은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조윤채 감독을 비롯한 야구부 선수단을 위로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아픔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스타벅스' 응원 파문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한 교육단체가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무려 90%의 교사가 '교내 극우화된 혐오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80%는 이러한 혐오 행위를 '자주 목격했다'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이는 학원 스포츠 현장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혐오와 차별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 스포츠계는 혐오 범죄에 대해 추호의 용납도 없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MLB)와 유럽 5대 축구리그는 혐오 범죄를 저지른 팬을 즉각 경기장에서 추방하고, 시즌 출입권을 박탈하며, 심지어 영구 출입 금지나 형사고발까지 서슴지 않는다. 선수나 구단 관계자에게도 출장 정지,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특히 유럽 축구는 팬들의 인종차별이 심각할 경우 해당 구단에 2014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CSKA 모스크바 경기 사례처럼 무관중 경기라는 연대 책임까지 묻는다.
그러나 국내 프로 스포츠는 여전히 미흡한 규제 공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2년 규약을 개정해 선수 등의 차별 행위에 5경기 이상 출장 정지 또는 50만원 이상 제재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구단 관계자나 팬의 혐오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안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난 5월 롯데 자이언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를 연상시키는 '무한 박수' 자막이 등장하며 노무현 재단 등의 비판을 받았음에도 KBO 차원의 구단 징계는 이루어지지 않아 팬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배재고 사태는 학원 스포츠를 넘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든 혐오와 차별의 그림자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강력하고 통일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함을 경고한다. 세계 스포츠계가 혐오 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며 보편적 인권을 수호하는 데 힘쓰는 만큼, 국내 스포츠 또한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명확한 징계 기준과 올바른 역사 인식 및 사회적 감수성 함양 교육을 통해 혐오와 차별이 발붙일 수 없는 공정한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이 지연된다면, 혐오는 스포츠 사각지대에서 독버섯처럼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경각심을 고조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