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 중량급의 핵심 전력인 김종훈이 아시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국제무대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세계 상위 랭커들을 잇달아 격파해온 기세가 대륙 선수권 평정으로 이어지며 차기 메이저 대회의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 선수를 상대로 거둔 이번 승리는 원정 경기의 압박을 이겨낸 성과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 유도 중량급의 새로운 간판으로 떠오른 김종훈(양평군청)이 아시아 정상에 등극하며 체급 내 절대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각국의 최정예 선수들이 집결한 가운데 치러졌으며, 김종훈은 압도적인 기량과 냉철한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결승전에서 만난 개최국 중국의 부허비리거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심리적 평정심 유지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중국 원정 압박 이겨낸 김종훈의 노련한 경기 운영
경기 초반의 흐름은 팽팽한 탐색전의 연속이었다. 김종훈은 세계랭킹 127위인 부허비리거를 맞아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양 선수는 서로의 도복 깃을 잡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나란히 지도(벌칙) 1개씩을 받으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중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김종훈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리듬을 유지했다. 상대의 변칙적인 움직임을 차단하며 기회를 엿보던 김종훈은 경기 종료 1분 45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도복 잡기에 치중하며 수비적인 태세를 보이던 부허비리거의 허점을 김종훈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왼발을 상대의 왼발 뒤쪽으로 깊숙이 찔러 넣는 안뒤축걸기를 시도했다. 중심이 무너진 부허비리거는 그대로 매트에 쓰러졌고, 심판은 김종훈의 유효를 선언했다. 점수를 획득한 이후에도 김종훈은 서두르지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상대의 파상 공세를 노련하게 막아내며 경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우승은 김종훈이 아시아 무대에서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선두 주자임을 증명한 결과였다.
▲ 파리 그랜드슬램 우승 이후 급성장한 중량급 에이스
김종훈의 이번 성과는 우연이 아닌 철저한 성장 곡선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그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랭킹 111위에 머물러 있던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2025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당시 세계선수권 챔피언이었던 루카 마이수라제(조지아)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세계 유도계를 놀라게 했다. 파리 그랜드슬램 우승은 김종훈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이후 그의 랭킹은 수직 상승하여 현재 13위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김종훈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열린 2025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서는 당시 세계랭킹 3위였던 하즈예프 엘잔(아제르바이잔)을 제압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며 거둔 이 성적들은 김종훈이 일시적인 이변의 주인공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량을 갖춘 톱클래스 선수임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은 그가 아시아 권역 내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음을 확인시켜준 동시에, 다가올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 여자 최중량급 이현지 은메달 및 한국 대표팀 성적 분석
한편, 김종훈의 금메달 소식과 더불어 기대를 모았던 다른 체급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와 과제가 동시에 나타났다. 여자 78kg 이상급의 세계랭킹 1위 이현지(용인대)는 결승에서 중국의 뉴신란을 만나 고전 끝에 은메달을 획득했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뉴신란의 강한 압박에 밀린 이현지는 누르기 한판패를 당하며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멈췄다. 세계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나, 특정 선수에 대한 대응 전략 보완이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같은 종목에 출전했던 세계랭킹 4위 김하윤(안산시청)은 준결승에서 이현지를 꺾었던 뉴신란에게 다시 한번 누르기 유효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이후 김하윤은 컨디션 조절 등을 이유로 동메달 결정전 출전을 포기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남자 100kg 이상급에서는 이승엽(KH필룩스)이 결승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으나, 우즈베키스탄의 강호 유수포프 알리셰르에게 던지기 유효패를 허용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중량급 전반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의 라이벌들을 상대로 한 세밀한 전술 보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