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성과를 지상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최강록과 김도윤을 필두로 한 신규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전문가의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미식의 본질을 파헤치는 이번 기획은 단순 소비 형태의 먹방에서 벗어나 정보 집약적 콘텐츠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내향적 성향을 지닌 두 전문가의 기술적 견해 차이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서사가 시청자 데이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SBS의 신규 예능 '최강로드-식포일러'는 국내 방송가의 미식 콘텐츠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서 검증된 두 전문 인력의 기술적 자산을 지상파 플랫폼으로 전이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제작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기술적 특징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가 요리로 치환되는 과정 속에 숨겨진 원리와 전문가적 통찰을 공유하는 데 있다.
▲ 셰프 100인의 색채와 미식 기술의 충돌
두 주연 셰프가 보여주는 기술적 견해 차이는 프로그램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최강록 셰프는 34년의 경력을 보유한 김도윤 셰프와 음식에 관한 상식 및 경험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촬영 과정에서 두 전문가는 요리의 완성도와 방향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셰프는 요리사가 100명이면 100가지의 색깔이 존재함을 강조하며, 이러한 충돌이 오히려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요소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존 예능이 출연진 간의 화합과 리액션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기술적 정합성을 두고 벌어지는 전문가적 대립을 서사의 중심에 배치한 사례다. 이러한 대립 구조는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미학적 가치와 조리 기술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제가 된다.
김도윤 셰프 역시 34년간 쌓아온 셰프의 길을 바탕으로 요리사로서 할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방송 경험이 풍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강록 셰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요리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특히 두 셰프는 촬영이 끝난 후 서로 절교하지 말자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기술적 소신을 굽히지 않았으며, 이는 곧 콘텐츠의 진정성으로 연결된다. 전문가 집단 내에서의 이견은 해당 분야의 깊이를 가늠하게 하는 지표이며,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미식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을 확보하게 된다.
▲ 내향인 전성시대와 방송 포맷의 전략적 확장
방송가에서 '내향인' 캐릭터의 시장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현상은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 배경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손정민 PD는 두 출연자가 지닌 정적인 매력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마성의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대중 매체에서 흔히 소비되던 외향적이고 과장된 표현 방식 대신, 깊은 사고와 전문적인 언어를 통한 절제된 소통 방식이 새로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평소 자신의 의견을 먼저 피력하지 않던 내향적 전문가들이 특정 주제 앞에서 능동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80분에 달하는 방영 시간을 채우기 위해 래퍼 데프콘을 중재자로 투입한 구성은 내향적 전문가들의 서사적 밀도를 보완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데프콘은 두 셰프의 관계를 시골 노부부의 브로맨스에 비유하며, 이들의 기술적 대화가 대중적 언어로 치환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출연자들을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에 집중함으로써 전문가들이 지닌 지식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인출해낸다. 이는 전문 지식 기반 콘텐츠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취하는 효율적인 구성 방식이며, 향후 내향인 중심의 예능 판도가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생산자 중심 미식 콘텐츠의 시장 경쟁력 분석
미식 예능 시장의 흐름은 이제 소비자 중심의 '먹방'에서 생산자 중심의 '기술 토크'로 명확한 이동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프로그램들이 화려한 영상미와 자극적인 시식평에 의존했다면, 이번 신규 예능은 맛의 비밀을 물리적·화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생산자의 시각을 견지한다. 식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최적의 맛으로 구현하기 위한 셰프들의 노하우는 단순한 유흥을 넘어 교육적 가치까지 내포한다. 제작진 역시 화려하게 말하거나 맛있게 먹는 모습보다는 생산자 입장에서 맛의 비밀을 진심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두 전문가가 쏟아내는 고밀도의 정보가 얼마나 시청자들의 일상적 미식 생활에 유용한 데이터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식포일러'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그램은 음식의 구조를 미리 분석하고 공개하는 형식을 통해 시청자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킨다. 최 셰프가 언급한 '가면'이라는 표현은 전문적 지식을 예능적 형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를 의미하며, 이는 지상파 방송사가 글로벌 OTT 플랫폼의 파생 콘텐츠를 어떻게 고유의 브랜드로 내재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식재료의 생산부터 조리, 그리고 최종적인 미식 경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정보화하는 시도는 향후 교양과 예능이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시장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