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 2026년 6월 16일, 쿠바 수도 아바나 폐건물 벽에 그려진 이 문구처럼 쿠바는 미 봉쇄발 전력·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6월 13일부터 국영 TV로 중계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이들에게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는 '삶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아바나 국립극장에서 일하는 이스마엘 베라네스 씨는 매일 왕복 8km를 걸어 출퇴근하고, 집에서는 20시간에 달하는 정전과 싸워야 한다. 녹초가 되는 고통스러운 일상 속에서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희망은 바로 축구다. 그는 「녹초가 돼 집에 가도 전기도 안 들어오고 더위와 모기 탓에 고통스럽지만, 월드컵이 이런 일상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안식처가 돼 준다」며 월드컵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국영 TV가 주요 16경기의 조별리그 중계를 시작하며 쿠바 전역은 축구 열기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한때 야구 강국으로 불리며 1938년 단 1회 월드컵에 출전했던 쿠바. 하지만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사망 이후 사회 변화와 함께 2018년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축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제 축구는 야구를 압도하며 쿠바의 '국민 스포츠'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이러한 축구 열풍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쿠바 사회의 빈부 격차는 월드컵 시청 풍경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베다도 지역의 서민들은 전기가 끊긴 밤, 창문 너머로 이웃의 희미한 TV 불빛에 의지해 경기를 지켜본다. 반면, 부유층은 비교적 여유로운 바에서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즐기려 하지만, 이들 역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전력난으로 중계가 끊길 때면 탄식을 내뱉으며 현실의 벽을 실감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전력난은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쿠바인 모두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쿠바인들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현실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유일한 '도피처'이자 '안식처'가 되고 있다. 생물학자 빅토르 디아스 씨는 「우리가 매일매일 감당해야 하는 모든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라며 축구가 선사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절망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아 열광하는 쿠바인들의 모습은, 고난을 이겨내는 인간 본연의 강인함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